팔진회는 1975년 국내 주요 제약기업의 오너 경영인 8인이 ‘여덟 사람이 함께 나아가자’는 뜻을 담아 결성한 친목 모임이다. 보령그룹 김승호 회장(현재 나이 만 91세),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84세), JW중외제약 이종호 명예 회장(90세),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신호 회장(95세), 옛 동신제약 유영식 회장(86세), 대웅제약 故 윤영환 회장(87세, 2022년 작고), 안국약품 故 어준선 회장(85세, 2022년 작고), 삼아제약 故 허억 명예 회장(85세, 2022년 작고)은 팔진회를 결성하고 제약업계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시작부터 남다른 팔진회 결성

팔진회 회원들은 모임 결성 당시부터 국내 제약업계에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팔진회가 출범한 1975년은 전 세계를 휩쓴 석유 파동으로 인해 성장 둔화는 물론 고물가와 국제수지 악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제약 산업은 1971년부터 1975년까지 연평균 34.7%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크게 성장했다. 보령의 효자 상품인 겔포스가 처음 출시돼 국내 액체 위장약의 시대를 연 것도, 강신호 회장이 동아제약 대표로 취임하면서 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1975년이다.
팔진회 회원들은 제약업계 1세대 오너 경영인으로서 건실한 경영, 고품질 제품 연구 개발과 공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제약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낸 시대의 어른이자 선구자였다. 팔진회가 일선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때, 제약 산업의 도전과 성장이 이어졌다. 당시 의식 있는 젊은 오너 경영인들은 신약 개발 도전에 망설이지 않았고, 질 좋은 제품 생산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기에 오늘날 우리 국민 건강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됐다.
팔진회는 보건 의약계 자문 역할도 충실히 해왔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신호 회장, 보령그룹 김승호 회장, JW중외제약 이종호 명예 회장이 한국제약협회장을 잇달아 맡으면서 제약 산업 발전에 헌신했다.

제약업계 1세대 오너 경영인들의 기록

이들은 팔진회 밖에서도 제약업계의 성장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다. 보령그룹 김승호 회장은 인내와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일본 류카쿠산사와의 ‘용각산’ 기술 제휴, 프랑스 비오테락스사와의 ‘겔포스’ 기술 제휴를 이끌어 냈다. 또한 김 회장은 ‘더불어 잘 사는 공존공영’ 정신 아래 2007년 보령중보재단을 설립했다. 보령중보재단은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소외 및 취약 계층에게 사회 복지를 아낌없이 지원하는 등 사회 공헌에 앞장서고 있다. 보령의 인본주의를 보여주는 보령의료봉사상 역시 김 회장의 주도로 1985년부터 매년 대한의사협회와 시상식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의 윤원영 회장은 ‘인류 건강과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이라는 모토 아래 각종 사회 공헌 활동을 실천해오고 있으며, JW중외제약 이종호 명예 회장은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하고 신약 개발에 열의를 다한 끝에 1986년 신약개발연구조합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신호 회장은 국민 에너지 드링크인 박카스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 발기 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와 국내 첫 천연물 신약인 스티렌을 출시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기부를 끝으로 아름다운 48년 여정 마무리

팔진회의 회원들은 제약 산업의 큰 어른으로 각자의 기업에서, 그리고 팔진회 내부에서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팔진회 결성 당시만해도 30~40대였던 회원들이 현재 별세하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게 되면서 팔진회를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팔진회 마지막 모임의 간사인 보령그룹 김승호 회장은 팔진회의 남은 회비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에게 전달하면서 “팔진회가 약업계를 위해 달려온 시간이 어느새 48년이 됐다.”며 “이제 모임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남아있는 회비를 협회에 기부하니 좋은 곳에 써 달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에 원희목 회장은 “팔진회의 발자취와 산업에 대한 애정은 제약업계 후배들에게 큰 울림과 자극이 됐다.”며 “팔진회 대선배들의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시대의 어른이자 선구자로서, 마지막까지 제약 산업 발전을 위한 기부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 팔진회에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