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있는 곳으로 간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간다'는 슬로건 아래, 전쟁 · 전염병 · 자연재해 등으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한 이들을 위해 구호 활동을 펼치는 국제비정부기구이다.

윤 활동가는 2022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해외 의료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큰 뜻을 품고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의 말과 행동에서 국경없는의사회에 가입하고 활동하길 잘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익숙한 환경이 아닌 곳에서 환자들과 조금 다른 관계를 맺고 싶어 지원했어요. 국경없는 의사회에 가입하고 첫 활동지가 수단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동안 의사 생활을 하면서 느낄 수 없었던 여러 감정을 경험했는데요. 활동을 시작하기 전 기대했던 것보다 더 행복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환자가 있는 곳으로 처음 떠난 장소는 아프리카 수단. 에티오피아 난민을 위한 캠프 내 병원이었다. 캠프에 있는 난민 모두 환자였고, 윤 활동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1·2차 진료와 응급 진료를 제공하며 6개월을 지냈다.

현재는 아프리카 차드의 모이살라라는 작은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곳에선 2024년 3월까지 근무할 예정이라고 한다. 차드는 상하수도, 도로, 교육 등의 각종 사회 인프라가 취약한 것은 물론, 의료 상황이 매우 열악한 곳이다. 특히 어린이와 산모들의 보건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한다.

윤호일 활동가는 “1차 의료기관에서 의뢰하는 소아 환자들만 진료하고 있다. 의뢰 환자의 90% 정도는 말라리아 환자인데 질병의 중증도는 훨씬 심한 편”이라며 환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며칠 전 밤 당직 중 뱀에 손가락을 물려서 온 소년을 떠올리며 윤 활동가는 말을 이었다.

“뱀에 물린 상처가 매우 심하게 붓고 이미 괴사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해독제를 투여했는데도 호전이 없었고, 두 번째 해독제를 투여하기엔 남은 해독제의 양이 충분하지 않았죠. 야간이라 병원약국은 닫혀 있고, 책임자(Med ref)를 깨워 겨우 해독제를 구했어요. 이후 소년은 고비를 넘기고 잘 회복했지만, 결국 왼쪽 둘째 손가락을 절단했어요.”

"의료시설, 환경 등이 조금만 좋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고 말하며 그 순간을 회상하는 윤 활동가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어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가들이 각자 맡은 업무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 덕분에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지역은 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의사가 계속 바뀌는 데도 불구하고 현지인들의 의사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두텁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검사나 치료에 많은 제한이 있고, 그로 인한 어려움과 아쉬움이 따르긴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가장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프로토콜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이 국경없는의사회를 신뢰하는 이유다.

“진료에만 집중하게 되니 현지 주민들이 국경없는의사회에 굉장히 신뢰가 높은 편이에요. 저 또한 의사를 전적으로 믿는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를 해주고 싶어지죠. 부족한 자원이지만 최대의 효율을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등 의사와 환자 사이의 선순환을 느끼게 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활동하고파

의과대학 학생, 전공의 시절 비정기적으로 참여했던 국내의료봉사활동을 제외하고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이 공식적 ·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첫 의료봉사라는 윤호일 활동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국경없는의사회 일원으로 환자의 편에서 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윤 활동가는 “의사생활을 하는 동안, 항상 환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배웠다. 내가 속한 기관, 나를 보고 있는 동료들의 편도 아닌 환자의 편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국경없는의사회가 오롯이 환자만을 생각하고, 환자의 편에서 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윤호일 활동가는 마지막으로 보령의료봉사상 후보자에 선정된 것에 부끄럽다며 소감을 전했다.

“보령의료봉사상 후보자로 선정되어 무척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이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남몰래 헌신해 온 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고 겸연쩍은 마음이 듭니다. 항상 그 점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