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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려 정신을 잇는 사람들,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의 30년 헌신

장기려 정신을 잇는 사람들
제42회 보령의료봉사상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 30년
의료사각지대에서 희망을 잇다

1997년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의 뜻을 기리며 출발한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쉼 없이 걸어왔다. 국내 농촌과 도시의 의료적 빈틈을 메우고, 동남아와 중앙아시아 오지 병원에서 수술대를 지키며, 수많은 청소년과 의료인이 함께한 이 여정은 단순한 나눔을 넘어 꾸준한 실천의 가치를 증명하는 기록이다. 누군가에겐 생명을, 누군가에겐 희망과 새로운 삶의 방향을 안겨준 발걸음은 오늘도 묵묵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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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군포 지샘병원에서 함께 근무 중인 장여구 단장(왼쪽)과 조영규 가정의학과 전문의(오른쪽).
두 사람은 백병원 시절부터 오랜 인연을 이어온 가까운 사이다.

장기려 정신에서 시작된 여정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의 뿌리는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린 장기려 박사에게 닿아 있다. 장기려 박사는 대한민국 최초로 간 대량절제수술에 성공한 의료인이지만, 그의 생애는 평생을 가난한 환자 곁에 머무르며 무료 진료와 무상의료를 실천하고, 생의 마지막까지도 병든 이웃을 떠나지 않았던 참된 의사로 기억된다. 또한, 1968년 가난한 사람들도 치료받을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의료보험 조합인 '청십자의료보험'을 설립,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의료보험제도의 시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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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장기려기념사업회는 장기려 박사의 삶과 업적을 기리고, 그의 희생과 나눔의 정신을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1997년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을 창립했다. 블루크로스(Blue Cross, 청십자) 봉사단 이름은 청십자의료보험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가난한 이웃을 위한 의료나눔과 보호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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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본질은 시혜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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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은 장기려 박사의 제자 몇 명이 모여 무료 진료를 펼치는 작은 모임에 불과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의료진 120여 명과 학생·일반 봉사자 5천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단체로 성장했다. 이들의 활약은 국내외를 넘나든다. 거리의 노숙인과 영구임대아파트 주민, 외국인 노동자 등 국내 의료사각지대에 꾸준히 손길을 내밀었고, 1999년 이후에는 캄보디아·라오스·몽골·필리핀·미얀마 등 각국의 오지를 찾아 이동진료와 수술캠프를 운영했다.

장기려 박사의 손자이자, 현재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을 이끄는 장여구 단장은 “봉사의 본질은 시혜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약을 나누는 단계를 넘어 현지 병원과 협력해 갑상선·유방 수술을 집도하고, 현지 의대생을 교육하여, 봉사단이 떠난 이후에도 의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들이 해외 현장에서 만난 현실은 잊히지 않는다. 병원식조차 제공되지 않아 환자가 직접 음식을 챙겨와야 하는 상황, 목에 15cm에 달하는 갑상선 혹을 안고도 수술비를 감당하지 못해 수년간 기다리던 환자들. 이는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이 그곳에 있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장여구 단장은 거즈 한 장까지 직접 한국에서 챙겨가고, 비용이 부족할 경우 사재까지 동원해 활동을 이어가며 열정을 보탰다.

그는 종종 현지 의대생들에게 “한국은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세계 각국에서 원조받던 나라였지만, 지금은, 그중 가장 먼저 다른 나라를 돕는 나라가 되었다”라고 전한다. 이 말을 들은 학생들은 낯선 나라의 과거가 전해주는 진심 앞에서 하나같이 놀라움과 존경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국가 이미지와 다음 세대의 인식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유리조각과 쓰레기가 널려있는 곳에서 맨발로 축구를 하는 동남아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서 축구화를 기부받아 깨끗이 세탁하고 잘 포장해 나눠준다”는 장여구 단장의 말에서 그들의 봉사는 비단 ‘의료’에만 머물지 않음을 절실히 증명한다.

봉사에서 되찾는 낭만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의 여정은 봉사자에게도 깊은 회복을 안겨준다. 오랜 시간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과 함께해온 조영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좋은 사람 옆에 있으면 좋은 일을 하게 된다”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이 돈과 명예를 안겨주지만, 돈과 상관없는 일을 할 때 비로소 마음이 회복되는 경험을 한다”라며 장기려 박사가 영양실조로 찾아온 환자에게 약 대신 닭값을 건넸던 일화와 함께 그 속에서 ‘낭만’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봉사는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도 어쩌면 사라져가는 낭만의 맥을 이어가는 것일지 모른다”며 미소 짓는 그의 얼굴에 이 봉사를 계속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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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낭만’은 청소년과 청년 봉사자들의 삶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필리핀 봉사에 참여했던 한 재수생은 현장에서 삶의 방향을 바꾸고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된 뒤 다시 캠프에 합류했다. 해외 봉사를 다녀온 청소년들은 생활 태도와 가치관도 달라졌다. 장여구 단장은 “아이들이 봉사를 다녀오면 사춘기가 줄어든다”며 웃었다. 타인의 아픔을 가까이에서 마주한 경험은 성장의 전환점이 되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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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순간이 봉사의 의미를 일깨우기도 했다. 전북 순창의 한 마을에서 봉사자들이 간식으로 준비한 컵라면을 바라보던 노인들의 눈빛이 그랬다. “냄비 라면은 먹어봤어도 컵라면은 처음”이라는 말에 봉사자들은 준비한 컵라면을 모두 나눠 드렸고, 작은 한 그릇은 곧 잔치가 되었다. 봉사자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된 것이다.

꾸준함이 만든 변화와 미래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이 시행해온 국내 활동은 다방면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재능나눔 활동, 노숙자를 위한 거리 진료, 심폐소생술 교육, 심뇌혈관 질환 예방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 제작한 응급처치 책자 『도와줘 119』는 시골 노년층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19라는 숫자조차 기억나지 않아 남편을 구하지 못했다”는 어느 할머니의 고백은 이 책자가 왜 필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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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주민들의 마음에 스며드는 변화가 더 큰 결실입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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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는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1년에 단 일주일,
소박한 후원만으로도 충분하죠.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해보는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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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여구 단장은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주민들의 마음에 스며드는 변화가 더 큰 결실”이라며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영규 가정의학과 전문의 역시 “봉사는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1년에 단 일주일, 소박한 후원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해보는 용기”라고 전했다.

향후 봉사단은 해외 수술캠프와 국내 취약계층 지원을 병행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특히 청소년 봉사자 참여를 확대해 봉사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한다. 장여구 단장은 “사회에는 언제나 어려운 이웃이 있다. 그들을 외면하지 않고 보듬는 삶이야말로 떳떳한 길”이라며 봉사는 결국 지속성과 진정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처럼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은 장기려 박사의 정신을 시간과 세대를 넘어 되살리며, 희망의 불씨를 지켜내는 이들과 함께 의술 너머 인류를 향한 조용한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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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의료봉사상은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과 (주)보령이 1985년에 제정한 상으로, 숨은 곳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계신 의료인 혹은 의료단체를 분기별로 1분씩 발굴, 취재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령의료봉사상은 묵묵히 헌신하며 인술을 펼치는 대한민국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주요 수상 내역
1997년 2월 : 추대패: 청년지역사회개발상록회 전국회원일동
1998년 5월 : 감사패: 고신대학교 의학부장 김신동/고신대학교 의학부 간호학과장 이명화
2002년 1월 : 감사패: 성공회대학교 총장 김성수
2002년 6월 : 감사패: 서울특별시장 고건
2005년 2월 : 감사패: 철들지않은사람들
2006년 8월 : 감사패: Republic of the Philippines City Government of Calapan
2006년 12월 : 감사패: 등촌9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이정섭
2008년 11월 : 제20회 아산상(의료봉사상) 수상, 아산사회복지재단
2011년 10월 : 서울특별시봉사상 수상, 서울특별시장 박원순/한국일보사 사장 박진열
2011년 12월 : 제10회 장기려의도상(의료봉사부분) 수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
2015년 7월 : 감사패: 몽골 가초르트
2015년 7월 : 감사패: Mr. TSEDENBAI Khukhuu(The Administrative Director of GACHUURT Village)
2016년 11월 : 감사패: The Embassy of the Lao PDR in Seoul
2017년 1월 : 감사패: 사회복지법인 우리모두복지재단 대표이사 김춘상
2017년 우수동아리상: 서울특별시장
2017년 6월 : 사랑의 릴레이상: 한국희귀질환재단 이사장
2018년 1월 : 국민추천포상 대통령상 수상: 행정안전부(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장)
2018년 12월 : 표창장: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2019년 5월 : 등대상: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2019년 11월 : 표창장: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2019년 12월 : 표창장: 중구청장
2019년 12월 : 표창장: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주요 연혁
1997년 7월 : 성산 장기려선생 기념사업회 창립
1997년 12월 : 성산 생명의료윤리연구소 창립
1998년 5월 ~ 2007년 12월 : 노숙자 무료진료(영등포 지역)
1999년 5월 ~ 2007년 12월 : 외국인근로자 무료진료(경기도 송우리)
2000년 10월 ~ 현재 : 청십자 무료진료소(부산 노숙자진료)
2001년 1월 ~ 2007년 12월 : 쪽방 무료진료(영등포)
2001년 1월 : 필리핀 해외 의료지원(00년~07년)
2001년 8월 ~ 현재 : 캄보디아 해외 의료지원
2002년 08월 : 중국 해외 의료지원(03~04년)
2004년 7월 ~ 현재 : 장기려박사기념 무료진료소 지원(서울 저소득주민진료, 등촌9 사회복지관)
2010년 2월 ~ 현재 : 캄보디아 닥터장 메디컬 캠프(갑상선암,유방암수술 의료캠프)
2010년 10월 ~ 현재 : 청소년의료봉사단 지원
2013년 4월 : 장기려박사기념 더 나눔센터 개소
2015년 3월 : 부산광역시 서구 ‘장기려로’ 지정
2015년 7월 : 국회 기부 선진화 포럼 가입
2015년 9월 : UN세계평화의날 한국위원회 협력단체 가입
2016년 3월 ~ 2016년 12월 : 무의탁어르신 보건의료&마인드셋 교육지원
2016년 4월 : DAK(개발협력연대) 시민사회분과 가입
서울특별시 NPO공익활동지원사업
2017년 3월 ~ 2017년 12월 : 전국을 찾아가는 CPR히어로즈 봉사단 운영
2018년 3월 ~ 현재 : 농어촌의료봉사단 운영
2019년 3월 ~ 2019년 12월 : 소아암 환우들과 함께하는 인형극 공연 지원
2020년 5월 ~ 2020년 11월 : 라돈 및 실내유해물질 모니터링 봉사단 지원
2020년 7월 ~ 2020년 12월 :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물놀이 봉사단 지원
2021년 5월 ~ 2021년 11월 :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한 온(溫,On)택트의료봉사단 지원
2021년 7월 ~ 2023년 10월 : 장애인 릴레이 토크콘서트 개최
2021년 9월 :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대화합의 콘서트 개최
2024년 5월 ~ 현재 : 심뇌혈관질환 골든사인 캠페인을 위한 골든타임봉사단 지원


03127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 136 보령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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