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난 ‘거품 여행’

매번 많은 호응과 사랑을 받는 보령 임직원 특강은 각 분야 최고 명사의 강연을 통해 삶의 지혜와 교훈을 모색하는 귀중한 시간으로, 올 2/4분기에는 이화여자대학교 최재천 석좌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태학자이자 학문 간 소통과 교류의 필요성을 널리 알린 ‘통섭의 아이콘’인 그가 마이크를 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보령 임직원 수백 명이 강의가 시작되는 7월 26일 오전 9시에 맞춰 본사 중보홀과 온라인 화상 플랫폼에 모여들었다.

최재천 교수는 ‘거품예찬’을 이번 강연의 주제로 내세웠다. 효율성과 합리성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오늘날, 거품은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거품 경제, 부동산 거품, 거품 인기 등 거품이 합쳐진 말들을 떠올려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거품을 싫어하는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태학의 거물이 거품을 예찬하겠다고 나섰으니,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최재천 교수가 강연 시작과 동시에 사진 하나를 띄웠다. 한여름에 제격인 맥주를 마시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뭔가 이상했다. 사진 속 인물이 마시는 맥주잔에 거품층이 전무했던 것이다.

“독일에서는 맥주를 따를 때 반드시 어느 정도의 거품을 냅니다. 그래야 맥주가 더욱 맛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상할 만큼 거품을 싫어합니다. 과연 거품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지금부터 저와 함께 거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생각을 바꾸면 달리 보이는 거품의 가치

6개 부문에 걸쳐 인류의 발전과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게 수상하는 노벨상은 전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현재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한국인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한 반면, 일본에서는 30여 명에 이르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두 나라가 대등한 과학 기술 수준을 갖추고 있음에도 유독 노벨상에서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재천 교수는 그 이유를 거품과 연관 지어 말했다.

“노벨상은 인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연구를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노벨상이 주목하는 연구 분야의 효시를 찾아 올라가다 보면 이상하게 일본 연구자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연구 지원 정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은 당장 실익이 없는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크든 작든 꾸준하게 이어 나갑니다. 덕분에 일본 과학자들은 오랜 기간 각자의 연구 분야에 몰입할 수 있었고,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연구 성과도 종종 배출하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효율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빠르게 성과를 내기 힘든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 지원이 일본에 비해 부족합니다. 다시 말하면, 넘칠 정도의 ‘연구 거품’을 만들지 않고 그릇에 꼭 맞을 정도로 응용과학 분야에 집중 투자하다 보니 어떤 분야의 효시가 되는 연구자를 찾기 힘든 것이죠. 보령도 이런 점을 교훈 삼아 다소 새롭고도 엉뚱해 보이는 연구에 꾸준히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는 최재천 교수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만약 그가 오랜 연구 기간이 필요한 생물학 대신 빠르게 성과가 나는 분야를 택했다면, 우리는 오늘날 생태학의 거장이자 통섭의 선두 주자인 그를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시각을 달리하면 거품도 성장과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거품으로 더욱 풍성해질 보령의 도전과 혁신

최재천 교수의 거품예찬은 자연스럽게 그가 주창한 통섭으로 이어졌다. 그가 하버드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한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강연을 왔다. 강단에 오르던 그 수상자는 강당 구석에 있는 그랜드피아노를 발견하고는 강연에 앞서 피아노 연주를 자처했고, 놀라운 연주 솜씨로 청중을 놀라게 했다. 강연이 끝난 뒤, 한 학생이 질문했다. “어떻게 하면 교수님처럼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이 화학만 열심히 공부하면 나 같은 사람의 연구실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화학을 연구하면서 나처럼 피아노도 치고 시도 쓴다면, 어쩌면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분야를 두루 섭렵하는 통섭형 인재가 돼야 창의적인 관점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훌륭한 업적을 이룰 수도 있다는 의미였죠. 경제적으로 따지자면 한 분야에만 몰입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도 눈을 돌리는 일종의 ‘관심 거품’이 없다면 혁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최재천 교수는 강연의 부제인 ‘아인슈타인과 피카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은 어느 날 갑자기 상대성이론을 들고나온 선천적 천재인 반면, 피카소는 다양한 화풍을 시도하며 수많은 작품을 그린 끝에 입체파의 선두에 선 후천적 천재라는 것. 그는 “우리는 아인슈타인 같은 선천적 천재가 아닌 만큼 피카소의 길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을 만들기 위해, 보령도 다채롭고 폭넓은 연구를 꾸준히 펼쳤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최재천 교수의 강연은 거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보령 임직원들의 머릿속에 남은 다양한 생각의 거품이 앞으로 색다른 도전과 깜짝 놀랄 혁신의 밑바탕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MINI INTERVIEW 1

Q. 보령 임직원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연의 흥과 질은 청중이 결정합니다. 반응이 너무 없으면 힘이 빠지기 마련이죠. 그런데 오늘 함께한 보령 임직원들은 굉장히 호응도 잘해 주시고 마치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끝까지 강연에 집중해 주셔서 저도 신나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Q. 오늘 강연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주세요.

우리는 모든 일의 아귀를 딱 맞게 끼워 맞추려고 노력하는데요. 세상은 절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자연은 이를 변수를 이겨 내기 위해 낭비를 택했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존재를 낳고 이들이 생존 투쟁을 통해 후대를 남기도록 함으로써 우수한 유전자를 보존해 나가고 있는 것이죠. 물론 인간 사회에서 자연처럼 무작정 낭비를 자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다만 누군가 희생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거품이 넘쳐흐르도록 하는 전략이 앞으로의 발전과 혁신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내용을 전하고자 강연 제목을 ‘거품예찬’이라고 정한 것이죠.

Q. 마지막으로 보령 임직원들에게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제 유튜브 채널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오래전부터 제약사들의 약진을 예견해 왔습니다. 조만간 제약사들이 세계 10대 기업 시가총액 순위에 오를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노화를 나이 먹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겼지만,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비만을 질병이라고 인정했을 때 제약업계가 진일보한 것처럼, 노화가 질병이라고 선언되면 차원이 다른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제약사들이 지금의 글로벌 IT 기업 못지않은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에 대비해 지금 잘하고 있는 분야를 넘어 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펼치고, 그 안에서 혁신의 에너지를 얻는 보령과 임직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보령의 이름이 세계만방에 널리 알려질 그날을 응원합니다!

MINI INTERVIEW 2

Q. 오늘 진행된 임직원 특강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이번 특강을 기획하고 진행하신 담당자로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보령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 분기마다 명사들을 초청해 임직원 특강을 진행하는데요. 오늘 최재천 교수님이 워낙 강연을 잘해 주셨고 우리 임직원들도 호응이 무척 좋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담당자로서 무척 뿌듯했습니다.

Q. 이번 강연자로 최재천 교수님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보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약사로서 연구 분야에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공적인 연구도 있지만, 때로는 내일을 위한 오늘의 좌절을 맛보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점이 최재천 교수님의 연구 궤적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거품예찬이라는 최재천 교수님의 강연 주제가 우리 임직원들에게 영감과 위로를 주기를 바라며 섭외에 임했는데, 다행히 궁합이 잘 맞은 것 같습니다. (웃음)

Q. 섭외 후 강연 주제 및 내용 조율에도 힘쓰신다고 들었어요.

보령 임직원들에게 한결 와 닿는 임직원 특강을 만들기 위해 사전 조율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강연자에게 우리 회사의 주요 현안에 대해 알려 드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임직원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강연 주제를 선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내용도 어느 정도 파악해서 강연에 물음표가 생기지 않도록 애쓰고 있어요. 상당히 고된 과정이지만, 이것이 시간을 내서 임직원 특강에 참석하는 임직원들을 위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Q. 이번 기회를 빌려 보령 임직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사팀 조직문화파트에서는 임직원들의 요구를 알아내고 임직원 특강과 같은 행사에 이를 녹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설문조사, 인터뷰, 일상 속 대화, 식사 등을 통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취합하고 임직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데요. 강연을 듣고 싶은 명사나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저에게 연락 주세요. 임직원 특강과 여타 교육 및 행사를 기획하는 데 적극 반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