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중과 사랑의 의미를 전하는 ‘보령의사수필문학상’
올해로 19회를 맞는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은 의사들이 직접 쓴 수필 문학을 통해 생명 존중과 사랑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자 2005년 보령에서 제정하였다.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은 의사들의 따뜻한 글이야말로 ‘또 하나의 인술’이라는 믿음으로, 19년간 160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며 의료인들의 수필 등단 무대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미디어전략팀 이영혁 팀장의 사회로 시작된 시상식에는 장두현 대표이사, 배민제 경영지원본부 부문장, 홍보실 이준희 실장을 비롯해 이번 ‘제19회 보령의사수필문학상’ 심사를 맡은 이상규 한국수필문학진흥회 회장, 김만년 편집위원, 이원영 주관, 민명자 문학박사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장두현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이 의료 현장에서 흘리는 의사 선생님들의 땀과 눈물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이로운 것인지를 사회에 전하는 메시지가 되길 희망한다”라며 “사람들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진정성을 다해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의료현장의 생생한 감동을 전하다
제19회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공모작을 모집했으며, 총 67편이 응모했다. 이후 한국수필문학진흥회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대상 1편, 금상 1편, 은상 2편, 동상 5편 등 총 9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금메달이 수여되며, 수필 전문 잡지인 ‘에세이 문학’을 통해 작가로 등단할 수 있는 특전도 제공된다.
대상에 선정된 박관석 원장의 <문득 그 향기가 그리운 날엔>은 환자의 삶이 가진 냄새를 주제로, 악취가 아니라 진실하게 마주해야 하는 삶의 향기였음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환자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인간 실존의 문제를 성찰함으로써 의미화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금상에는 첩첩 한 땀(누가광명의원 조석현), ▲은상에는 서른 살에 죽다(중앙병역판정검사소 이진환), 폭죽 할매(양산병원 주새한), ▲동상에는 남한 사람(경북대학교 장성만), 저녁노을(포항여성병원 배철성), 경계를 넘어(국립중앙의료원 조지현), 써니와 쑤언(새서울병원 김철환), 그냥 계속 탱고를 추어요(남양주백병원 김용래)가 선정됐다.
이번 수상작들에 대해 민명자 박사는 “올해는 67편이 응모되었는데 그중에서 9편을 선정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모두 의미 있는 작품이다”라며 심사평을 전했다. 이어 “의사 선생님들의 진지한 고뇌와 열정이 가득하고, 생명에 대한 경외가 느껴진다”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은 의료인들의 수필을 발굴하고 시상하면서 환자에 대한 믿음과 애정, 인술의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Mini Interview

문득 그 향기가 그리운 날엔

박관석 신제일병원 원장

수상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19년간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은 의사들의 애환과 고민, 그리고 환자와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처럼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또한 풋내나는 제 글에서 향기와 진한 맛을 느껴 대상으로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수필 <문득 그 향기가 그리운 날엔> 은 냄새를 소재로 썼지만, 제 의사 생활 30년이 녹아든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보령은 바다에 접한 도시로 어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고, 그분들께는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악취, 처음엔 참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니 어느 순간 냄새 너머에 있는 숨겨진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파도를 헤치며 고기를 잡는 모습, 심해에서 마디숨을 참아가며 전복을 따는 모습, 차가운 해변에서 조개를 캐는 모습 그리고 늦은 밤까지 무거운 해산물을 나르고 손질하는 모습 같은 거요. 그들이 가진 냄새를 생각해 보니 그건 삶의 냄새이자, 사람 냄새였습니다. 내게 다가오던 한 분 한 분이 본인 삶에 충실했기에 얻을 수 있는 냄새였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견디기 힘들고 역겹던 그것들이 악취가 아닌 향기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소중히 여기고, 진실하게 마주해야 하는 삶이고 사람들이었던 거죠. 그 마음을 담아, 한 자 한자 정성스레 써 내려간 글에 대상이란 옷을 입혀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수필 <문득 그 향기가 그리운 날엔>을 작성하기 전에도 수필을 즐겨 쓰셨는지요? 또한 이번 작품을 출품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처음 제가 수필이란 길에 발을 들여놓은 건 10년 전쯤 보령의사수필문학상에서 동상을 받으면서부터였습니다. 이후 금상도 한 번 수상했어요. 그러고 보니 ㈜보령과는 인연이 꽤 깊네요. (웃음) 그 상을 계기로 전국 의사들의 수필모임인 한국의사수필가협회에 가입해 수필을 연구하고, 토론하고 공부해 가면서 작품을 써 왔습니다. 그 글들을 모아 매년 수필동인지도 발간하고 있습니다.
제 글을 애독하며 격려와 힘을 주는 1호 팬인 아내의 간곡한 조언과 '제가 쓴 수필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나'에 대한 의구심이 출품을 결심했는데,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끝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저도 지천명을 지난 나이가 되었네요. 앞으로의 삶을 예측하긴 힘들지만, 이곳 바닷가에서 생이 다할 때까지 의사의 삶을 살 것 같습니다. 그 삶이 이어지는 동안 역한 냄새가 향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분들을 계속 마주하게 되겠지요. 그분들과 함께 이 길을 가는 동안 악취를 향기로 숙성시킬 수 있는, 또 가르침을 받은 대로 살아내는 제 삶이 되길 소원합니다.
견딜 수 없는 냄새 밴 재료로 깊은 맛이 우러나는 그런 음식을 만들어 저에게 오는 환자들께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 섰을 때 잔잔한 미소를 띨 수 있는 제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