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이라는 소명
대한기독여자의사회 정미라 회장
나눔이 남긴 위대한 유산
제42회 보령의료봉사상
대한기독여자의사회
77년을 이어온
의료 봉사와 헌신
77년이라는 세월 동안 의료 불모지에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해 온 대한기독여자의사회의 중심에는 정미라 회장(대한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이 있다. 회원들과 함께 정기적인 무의촌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2023년부터 해외 봉사를 이끄는가 하면 도움이 절실한 이들도 후원하고 있다. 의료전도사역이라는 소명으로 시작된 봉사가 이제는 즐거움이자, 행복의 원천이 됐다고 말하는 정미라 회장의 나눔 이야기를 만나본다.
나눔이 남긴 위대한 유산, 그 속에 스며들다
대한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실의 책장에서 붉은 책 한 권을 찾아 건네는 정미라 회장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대한기독여자의사회의 70년 역사가 담긴 이 책에는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된 선배 의사들의 열정과 사랑, 헌신이 담겨있다. 광복의 감격이 생생하던 1948년, 캐나다 선교사인 플로렌스 머레이 박사가 생면부지의 땅 한국에서 의료 봉사에 뜻을 가진 여의사들과 함께 모임을 결성하고 학술 강좌와 모자보건 지도를 시작한 것이 대한기독여자의사회의 시작이다.
닥터 머레이 송별기념 단체사진(1969.5)
대한기독여자의사회 약사
6.25 한국전쟁으로 잠시 멈추었던 활동은 1956년 무의촌 의료 봉사 중심으로 활기를 띠었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소중한 성금은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단비가 되었다. 1980년대 이후로는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노숙자 등에게 정기적인 의료 봉사와 나눔이 이어졌고 1977년부터는 오래전 선교사 머레이가 우리 땅에서 헌신했던 것처럼 의료환경이 척박한 몽골, 필리핀, 인도 등의 지역을 찾아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있다.
2019년 발간된 대한기독여자의사회 70년사에는 회원들이 현장에서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봉사 일지들이 남아있다. 의료 봉사를 어디서 누가 했고 어떤 환자들이 진료를 받았는지 등의 소소한 정보를 손글씨로 눌러 담았다.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가난한 농촌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글, 아이들을 뒤로한 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봉사를 선택한 어느 회원의 글에서는 고뇌마저 느껴진다.
가진 것이 많다고 해서 모두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며 봉사 현장으로 뛰어든 선배 회원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작게나마 모임을 도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도 이분들의 묵묵한 헌신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일상처럼 실천해 온 회원들의 베풂과 나눔은
77년간 대한기독여자의사회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끈 ‘위대한 유산’이었다.
봉사의 마음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
정미라 회장은 회원들이 지켜온 가치를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즐겁게 실천할 수 있도록 모임의 틀을 갖추고 잘 운영해 나가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역할이라고 여긴다. 40여 명의 회원을 위한 월 정기 모임과 강좌를 기획하고 안산 사랑의동포교회에서 20여 년간 이어온 의료선교사역이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내과와 소아청소년과로 구성된 자원봉사팀을 지원한다. 활동에 필요한 약품과 경비를 챙기고, 연말이면 교회 목회자분들과 외국인 노동자 교인들을 초청해 성탄 행사를 돕는다.
1년에 한 번 진행되는 해외봉사는 대한기독여자의사회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활동이다. 몽골, 인도, 필리핀에 의료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오지를 찾아가 약 4박 5일 일정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무료급식도 제공한다. 매년 20여 명 규모였던 봉사단원이 올해는 36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행정 업무도 많아지고 대부분 60~70대로 구성된 회원들이 건강하게 활동을 마칠 수 있도록 안팎으로 살펴야 할 일들이 커졌지만, 봉사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었다.
“필리핀 바세코에서 봉사를 할 때면 앉아만 있어도 온몸이 땀으로 젖습니다. 체력적으로 강도 높은 봉사활동이지만, 불편함을 느낄 세는 없습니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한 끼라도 좋은 식사를 마련해 주고 한 분의 환자라도 진료하기 위해 애쓰다 보면 시간이 부족하죠.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회원들을 보면 저도 힘이 납니다.”
혹시라도 먼 길을 떠나는 봉사에 방해가 될까 참여를 망설이는 80대 회원에게도 봉사할 기회를 열어주고 기간 동안 동행하며 살피는 일은 정 회장이 특히나 마음을 쓰는 부분이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이해하고 공감하기 때문이다.
쉼 없이 이어져 온 나눔의 여정
정 회장이 오랜 시간 실천해 온 다양한 봉사 경험은 대한기독여자의사회 회장 활동의 밑바탕이 됐다. 그의 첫 나눔은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의 8개 의과대학 학생으로 이루어진 기독의학생회(CMSA: Christian Medical Student Association) 회원으로 활동하며 농촌 지역, 서울역 쪽방촌, 보육원 등을 찾아 의료 봉사를 실천했다. 비뇨의학과 의사인 남편은 정 회장과 나눔 철학을 공유하는 봉사 파트너가 되어 20여 년 동안 전국의 무의촌을 찾아가 전립선 질환 치료를 돕는가 하면 양로원 의료 봉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열린의사회 회장이기도 했던 남편을 따라, 온 가족이 몽골로 떠난 봉사는 좀 더 특별했다. 러시아 국경과 맞닿아 있는 몽골의 오지 알탄불락, 헨티 등에서의 활동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두 아들에게 선물 같은 경험이 되었고 정 회장에게는 나눔이 축복이 되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린이와 청년을 위한 돌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면 봉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전도 지역의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선물을 주는 OCC(Operation Christmas Child) 활동을 국제구호기구인 사마리안퍼스를 통해 펼치며 전 세계 소외된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기도했다.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 보호종료 학생들에게도 도움의 손길도 보태고 있다. 만 18세가 되어 아동양육시설이나 가정 위탁이 종료되어 더 이상 머물 곳이 없는 보호종료학생들이 스스로 사회에 적응하고 자립하는 데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생활비를 보조하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의 봉사 여정의 정점에는 대한기독여자의사회의 활동이 자리하고 있다.
“77년의 역사 속에 등장했던 위대한 선배 회원들의 모습에 비하면 저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많지 않은 회원의 후원금으로만 꾸려지는 저희 모임이 그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온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자 이분들의 초인적인 노력과 희생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참 기적과도 같은 일이죠.”
회원들의 기적 같은 나눔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정미라 회장은 선배 회원들의 삶이 그러했듯이 자신도 그 길을 따르겠다고 말한다.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혜택들은 우연히 얻어졌거나, 운이 좋아서 얻게 된 덤입니다.
그것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나눔을 통해서 얻어지는 즐거움과 행복을 저뿐만 아니라
더 많은 회원, 더 많은 의료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눔의 즐거움을 빨리 깨달을수록 행복이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보령의료봉사상은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과 (주)보령이 1985년에 제정한 상으로, 숨은 곳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계신 의료인 혹은 의료단체를 분기별로 1분씩 발굴, 취재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령의료봉사상은 묵묵히 헌신하며 인술을 펼치는 대한민국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수상
2018년 자랑스러운 숙명인상
2019년 몽골 적십자사 감사훈장
약력
1977년 숙명여자고등학교 졸업
1983년 이화여자 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86년 이화여자 대학교 대학원 (의학석사: 의학미생물 전공)
1990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병리학 전공)
2001년 차의과대학교 대체의학대학원
1983년 예수병원 수련의
1987년 순천향 대학 부속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1991년 한국의학연구소 및 부설 부천 제일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1992년 ~ 현재 의료법인 성화의료재단 대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1988년 ~ 2009년 순천향대학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과 외래교수
1993년 ~ 1995년 대한가족계획협회 자문의
2000년 ~ 현재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검사실 신임제도 심사위원
2001년 ~ 2002년 포천중문 의과대학교 대체의학연구소 객원상임연구원
2009년 ~ 2010년 건강검진기관 진단검사의학 검사실 심사위원
2022년 ~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장학후원회이사회 이사
2022년 ~ 현재 스크랜튼상 위원회 위원
봉사 활동 이력
1977년 ~ 1983년 기독의학생회(CMSA) 활동
1980년 세계기독의과대학생회(ICCMS) 참석 (영국 캠브리지)
2003년 ~ 현재 전립선관리협회 요양원 봉사
2006년 열린의사회 몽골 헨티 의료봉사 활동
2008년 열린의사회 몽골 헨티 의료봉사 활동
2016년 열린의사회 몽골 알탄불락 의료봉사 활동
2017년 대한기독여자의사회 회원
2020년 ~ 2022년 대한기독여자의사회 회계
2021년 ~ 2023년 사마리안퍼스 코리아, 모자이크 미니스트리와 함께
OCC(Operation Christmas Child) 활동
2022년 ~ 2023년 대한기독여자의사회 총무
2023년 대한기독여자의사회 몽골 울란바토르 의료선교사역
2024년 ~ 현재 대한기독여자의사회 회장
2024년 대한기독여자의사회 필리핀 바세코 의료선교사역
대한기독여자의사회 필리핀 이나레스 의료선교사역
2023년 ~ 2024년 보호종료된 미자립청소년 후원 (이든아이빌, 꽃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