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회 보령의료봉사상 수상자 4인의 이야기
묵묵히 실천해 온 나눔과 헌신의 기록
1985년, 보령과 의협신문이 제정한 보령의료봉사상은 의료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의료인과 단체를 발굴하고 조명해왔습니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과 책임을 실천해 온 이들의 삶을 기록하며, 의료가 지향해야 할 본질적 가치를 사회에 전해왔습니다.
올해 42회를 맞이한 보령의료봉사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망을 전해온 주인공들을 찾아냈습니다.
험한 바닷길을 오가며 섬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 온 최명석 병원장, 故 장기려 박사의 나눔 정신을 이어가는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 35년간 지역 사회의 건강을 위해 현장을 발로 뛴 하헌영 병원장,
그리고 소외된 이웃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정미라 회장까지.
자신의 안위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며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몸소 보여준 네 명의 수상자들. 그 따뜻한 헌신의 기록을 지금 소개합니다.
최명석 신안대우병원장 (사진 제공 대우재단)
섬마을의 꺼지지 않는 응급실,
비금·도초도의 등불 '최명석 병원장'
고립된 섬, 그곳에 남기로 한 심장 전문의
육지에서 차로 두 시간, 다시 배를 타고 한 시간 이상을 더 들어가야 닿는 전남 신안군의 섬, 비금도와 도초도. 악천후라도 겹치면 철저히 고립되는 이곳에 20년 가까이 주민들의 곁을 지키며 '섬의 심장' 역할을 해온 의사가 있습니다. 바로 신안대우병원의 최명석 병원장입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인 그는, 화려한 도시의 삶 대신 의료 소외 지역인 섬마을 상근 진료를 선택하며 600여 명 주민의 생명선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습니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응급의료 체계의 구축
최명석 병원장의 헌신은 2008년 신안대우병원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부임 초기, 열악한 환경 탓에 손써볼 겨를도 없이 사망하던 응급 환자들의 사례를 목격하며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을 체감했습니다. 이후 군청과 보건소, 지역 사회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2010년 병원을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시키는 쾌거를 이루어냈습니다. 섬 유일의 상근 전문의로서 24시간 진료 체계를 구축한 것은 물론, 닥터헬기 이송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여 골든타임이 생명인 중증 환자들을 50분 이내에 목포 상급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응급 네트워크를 완성했습니다.
섬마을의 희망, 꺼지지 않는 등불
최명석 병원장의 지난 20년은 '국가가 보호하지 못하는 생명은 없다'라는 숭고한 가치를 몸소 증명한 과정이었습니다. 야간과 악천후 속에서도 누군가는 깨어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은 섬 주민들에게 가장 큰 위안이자 희망이 되었습니다. 보령의료봉사상이 주목한 그의 삶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숭고하게 타오르는 진정한 인술의 표본으로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주요 약력]
2025년~현재 신안군 응급의료위원회 위원, 전라남도 응급의료위원회 위원, 취약지 병원협회 총무
2025년 제5회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
2010년 신안군 유일의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
2008년~현재 신안대우병원 원장 재직
1991년 흉부외과 전문의 취득
1986년 조선대학교 의대 졸업
장기려 정신을 잇는 사람들,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의 30년 헌신
현재 군포 지샘병원에서 함께 근무 중인 장여구 단장(왼쪽)과 조영규 가정의학과 전문의(오른쪽). 두 사람은 백병원 시절부터 오랜 인연을 이어온 가까운 사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나눔의 뿌리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고(故) 장기려 박사는 평생 가난한 환자 곁을 지키며 대한민국 의료보험의 효시인 청십자의료보험을 설립한 인물입니다. 그의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1997년 출범한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이 어느덧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의료 사각지대에 희망의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장기려 박사의 제자들로 시작된 작은 모임은 이제 120여 명의 의료진과 5천여 명의 봉사자가 함께하는 거대한 사랑의 네트워크로 성장하여, 국내외 오지를 넘나들며 인류애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는 인술과 성장의 연대
봉사단은 국내에서는 노숙인과 독거노인,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진료를 지속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등지에서 수술 캠프를 열어 열악한 환경의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기려 박사의 손자인 장여구 단장은 현지 의대생들을 직접 교육하며 봉사단이 떠난 후에도 의료 체계가 자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멈추지 않는 희망의 발걸음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은 거창한 성과보다 주민들의 마음에 스며드는 작은 변화에 주목합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응급처치 책자 배부부터 아이들을 위한 운동화 기부까지, 이들의 활동은 의술을 넘어선 진심 어린 소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여구 단장은 “어려운 이웃을 보듬는 삶이야말로 가장 떳떳한 길”이라며 지속적인 나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세대와 국경을 넘어 희망의 불씨를 지펴온 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 이들의 조용한 연대는 앞으로도 소외된 이들을 비추는 가장 따뜻한 등불로 남을 것입니다.
[주요 연혁]
2024년 5월~현재 심뇌혈관질환 골든사인 캠페인을 위한 골든타임봉사단 지원
2018년 3월~현재 농어촌의료봉사단 운영
2018년 1월 국민추천포상 대통령상 수상: 행정안전부(블루크로스의료봉사단장)
2011년 10월 서울특별시봉사상 수상
2008년 11월 제20회 아산상(의료봉사상) 수상, 아산사회복지재단
2004년 7월~현재 장기려박사기념 무료진료소 지원(서울 저소득주민진료, 등촌9 사회복지관)
2001년 8월~현재 캄보디아 해외 의료지원
2000년 10월~현재 청십자 무료진료소(부산 노숙자 진료)
2001년 1월~2007년 12월 쪽방 무료 진료(영등포)
1997년 7월 성산 장기려선생 기념사업회 창립
더 나은 사랑, 더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나은병원 '하헌영 병원장'
환자를 향한 꿈, ‘우리 동네 의사’의 시작
어린 시절, 병원에서 마주한 의료진의 정성에 감명받아 의사의 길을 선택한 하헌영 병원장은 1989년 인천 가좌동에 ‘가좌성모의원’을 개원했습니다. 개원 첫날 단 8명의 환자로 시작했으나, 정성을 다한 진료와 따뜻한 성품, 그리고 남다른 치료 실력으로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는 대표 의료기관으로 성장했습니다.
진료와 봉사의 경계를 허문 가슴 따뜻한 헌신
하 병원장에게 봉사는 진료의 연장이자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습니다. 촉탁의 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인천 전역의 요양원 20여 곳을 직접 돌며 2,000여 명의 어르신을 진료했고, 권위를 내려놓은 채 환자들의 손을 잡고 노래와 춤을 곁들이며 정서적 위로까지 건넸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개인적 활동을 제도화하여 사단법인 ‘나은사랑’을 출범, 기부금 기반의 의료 지원과 장학 사업 등 체계적인 지역 복지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가좌성모의원 개설 (1989.3.8)
나은병원, 옹진군 북도면에서 무료 진료 개시 (2023.5)
언제나 환자 곁에, 든든한 버팀목
“책상 뒤가 아닌 환자 앞에 서 있는 의사이고 싶다”라는 그의 고백은 진정한 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는 질병을 고치는 의사이자, 도시 공동체의 중심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병원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35년간 묵묵히 이어온 하헌영 병원장의 따뜻한 실천은 보령의료봉사상의 가치를 증명하며,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계에 마음 따뜻한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주요 약력]
2024년 8월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현장 의료 지원
2023년 8월 인천 북도면 무료 진료
2022년 7월 미추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
2014년~2021년 나은엔젤스봉사단 운영
2013년 12월 저소득 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2012년 6월 인천월드인라인컵 의료지원
2006년 연세대 의료복지 경영과정 수료
2004년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 경영자과정(AMP) 수료
2003년 국립암센터 생명공학과정 수료
1987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98년 한양의대 예방의학 전문의 석·박사
나눔이라는 소명으로,
대한기독여자의사회 '정미라 회장'

77간 쉼 없이 이어온 여정
1948년 캐나다 선교사 플로렌스 머레이 박사와 국내 여의사들이 결성한 ‘대한기독여자의사회’는 대한민국 의료사의 비약적인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77년간 나눔을 실천해 왔습니다. 정미라 회장(대한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은 가난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선배 의사들이 손글씨로 봉사 일지를 남기며 지켜온 ‘위대한 유산’을 계승하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녀는 대학 시절부터 이어온 의료 봉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헌신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안팎으로 넓혀가는 나눔의 지평
정미라 회장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실천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여 년간 안산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의료 선교 사역을 지원하며 약품과 경비를 세심하게 챙기고 있으며, 해외에서는 몽골, 인도, 필리핀의 오지를 찾아 환자 진료와 무료 급식을 제공하며 봉사 캠프를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 소외 지역 아동을 위한 구호 활동과 국내 보호종료 아동의 자립 지원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며 나눔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있습니다.
나눔이 주는 축복, 행복의 선순환
정 회장에게 봉사는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의사로서 당연히 행해야 할 ‘소명이자 즐거움’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누리는 혜택을 덤으로 생각하며, 이를 나누는 과정에서 얻는 행복을 더 많은 의료인이 공감하기를 희망합니다. 대한기독여자의사회가 77년의 역사를 기적처럼 이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회원들의 순수한 헌신이었음을 강조하는 정미라 회장. 그녀의 진심 어린 행보는 ‘나눔의 즐거움을 빨리 깨달을수록 행복이 가까워진다’라는 진리를 증명하며 대한기독여자의사회의 새로운 백 년을 밝히고 있습니다.
[주요 약력]
2024년~현재 대한기독여자의사회 회장
2024년 대한기독여자의사회 필리핀 바세코 의료선교사역
대한기독여자의사회 필리핀 이나레스 의료선교사역
2017년 대한기독여자의사회 회원
2022년~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장학후원회이사회 이사
2022년~현재 스크랜튼상 위원회 위원
1991년 한국의학연구소 및 부설 부천 제일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1990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병리학 전공)
1986년 이화여자 대학교 대학원 (의학석사: 의학미생물 전공)
1977년~1983년 기독의학생회(CMSA) 활동
의술에서 인술로,
보령의료봉사상이 찾아낸 헌신의 기록
보령의료봉사상은 의료인이 걸어온 길과 그 안에 담긴 신념을 사회와 공유하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제42회 보령의료봉사상 본상 수상자 네 명 중 대상 수상자는 오는 2월 12일, 대한의사협회와 보령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될 예정입니다. 이후 3월 19일, 시상식을 통해 그 숭고한 헌신의 여정을 공식적으로 기리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의료가 기술을 넘어 신념이 될 때,
그리고 봉사가 일회성이 아닌 삶의 방식이 될 때
사회는 비로소 한 걸음 더 따뜻해집니다.
보령의료봉사상은 앞으로도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빛나는 인술의 현장을 기록하며,
의료의 본질적 가치를 꾸준히 조명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