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나은 사랑, 더 행복한 미래
나은병원 하헌영 병원장
따뜻한 마음으로 이어온 의술
제42회 보령의료봉사상
지역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35년 의료의 길
하헌영 병원장은 인천에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의사다. 이는 그가 가진 부와 명예가 커서가 아니라, 1989년 개원한 이래 지금까지 남녀노소 불문, 지역 구분 없이 인천광역시 전역을 누비며 시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지켜온 오랜 실천의 결과다. 호탕한 성격만큼이나 시원시원한 봉사와 헌신으로 환자들과 지역민의 마음속에 가장 가까운 의사로 자리한 그를 직접 만나보았다.
의도하지 않은 시작 그러나 멈추지 않은 걸음
봉사는 딱히 의도한 게 아니었습니다.
어쩌다 시작했고, 하다 보니 그냥 계속하게 된 겁니다.
유쾌한 웃음과 울림통이 큰 목소리가 인상적인 하헌영 병원장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건장한 체격에 군인이 어울릴 듯한 그는, 실제로 어린 시절 장래 희망도 군인이었다. 그러나 시력이 좋지 않아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예상치 못한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갑작스런 병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된 그는 그곳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환자를 정성껏 돌보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감명을 받았고 그 경험을 계기로 의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공부를 잘했던 그는 자연스럽게 의과대학에 진학했고, 군의관으로 지원했으나 다시 시력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결국 면제를 받고 야간 당직의 생활을 이어가던 중, 그의 실력을 눈여겨본 병원 원무과장의 권유로 1989년 인천 가좌동에 가좌성모의원을 개원하게 된다. 당시 나이 채 서른이 되지 않았던 젊은 청년 의사가 본격적으로 세상 밖으로 첫걸음을 내딘 것이다.
가좌성모의원 개설 (1989.3.8)
가좌성모병원 본원 개원 (2000.8.14)
그가 개원했던 시기는 대한민국 의료계가 큰 변화를 겪고 있던 시기였다.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됐고, 전국적으로 홍역이 유행하며 진료 수요가 급증했다. 물리치료라는 개념이 막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관련 수요도 크게 늘었다. 이런 어수선한 시기에 문을 연 그의 병원에는 개원 첫날 단 8명의 환자가 찾아왔지만, 정성을 다한 진료와 따뜻한 성품, 그리고 남다른 치료 실력에 대한 입소문은 금세 동네에 퍼졌고, 환자 수는 일 8명에서 80명, 150명으로 몇 달 만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그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도 있었다. 방학 기간 중 남학생을 대상으로 한 포경수술, 근로자를 위한 출장 건강검진 등 남들이 잘 하지 않던 틈새 진료에 과감히 뛰어들며 하루하루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이어갔다. 그렇게 한 명의 청년의사는 어느새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운 ‘우리 동네 의사 선생님’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진료에서 봉사로, 자연스레 옮겨진 마음
그렇다면 이렇게 잘 나가던(?) 하헌영 병원장이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돌이켜보면 그는 진료와 봉사를 별개로 나누지 않은 사람이었다. 의료봉사의 출발은 오히려 일종의 생존 전략에서 비롯됐다. 지역 의료기관 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환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시작한 무료 진료와 이동 검진이 결과적으로 그의 봉사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요양원 순회 진료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요양원은 요양병원과 달리 상주 의사가 없습니다. 하지만 입원해 있는 어르신들에게도 약 처방은 반드시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나서서 한 달에 두 번씩 인천에 있는 20여 곳 요양원을 돌며 진료를 봤습니다. 촉탁의 제도가 생기기 전까지 2천여 명의 환자들을 그렇게 만나왔어요.”
하헌영 병원장은 그야말로 ‘뜨끈뜨끈한 의사’였다. 진료실 밖에서도 그는 권위를 내려놓고 어르신들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마치 손주처럼, 아들처럼 다가갔다. 환자들이 원하면 구성지게 노래도 부르고 덩실덩실 춤도 함께 췄다. 그의 진심 어린 태도는 환자들에게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사람 냄새 나는 의사 선생님'으로 다가왔고, 하 병원장 역시 그 마음에 성심으로 화답했다. 처음에는 ‘영업’의 관점에서 시작했던 현장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봉사'의 현장으로 변해 있던 것이다.
봉사의 폭도 점차 넓어졌다. 하 병원장은 병원 식구들과 함께 봉사단체를 만들어 도서지역으로 무료 진료를 다니기 시작했고, 지역의 다양한 기관들과 사회공헌 협약(MOU)을 맺으며 인천 사회의 건강 증진에 앞장섰다. 겨울이면 연탄을 배달했고, 저소득층과 아동을 위한 의료지원, 사고 현장 응급의료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현장이라면 어디든 빠짐없이 그의 발길이 닿았다.
봉사는 저에게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일 뿐이죠.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의료기관의 새로운 역할을 실천해 온 하헌영 병원장. 그는 병원이 단지 치료의 공간이 아닌, 도시 공동체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며 진심과 실천으로 지역을 품어온 의사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나은사랑, 지역과 함께 가는 병원의 꿈
하헌영 병원장은 최근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바로 사단법인 ‘나은사랑’을 출범시킨 것이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그가 걸어온 봉사 여정을 제도화한 결과물이다. 요양원 촉탁의 진료, 지역 건강검진, 응급의료 지원 등 기존에 해오던 다양한 활동을 이제는 사단법인 체계로 운영하면서, 병원과 지역사회를 더욱 튼튼하게 연결하려는 그의 시도는 다시 한번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
“사단법인은 기부금으로 운영됩니다. 저희가 의료봉사에 쓰겠다고 하면, 그 취지를 이해한 분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보태주시죠. 특정 집단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드는 봉사라는 점에서 그 마음이 더없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나은사랑은 병원 부설 조직에 머물지 않고, 점차 지역사회 복지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청소년 장학사업, 노인 돌봄 지원, 외국인 의료지원 등으로 활동 영역을 더욱 넓혀갈 계획이다. 이미 지역 내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의료용품을 전달하거나, 만성질환자를 위한 건강관리 매뉴얼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하헌영 병원장이 의사로서 보내온 시간은 곧 수많은 사람들과의 기억이다. 병원 하나를 홀로 운영하던 시절이나, 지금처럼 수백 명의 의료진을 이끄는 ‘원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지금이나, 그에게 진료란 병을 고치는 일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을 쌓는 일이다.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 그는 지금도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기억하고, 눈을 마주치며 살가운 인사와 함께 진료한다. 전산 시스템이 없던 시절, 그는 환자의 차트에 식성부터 배변 상태,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빼곡하게 적어가며 진료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진심 어린 진료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꿈은 단 하나다. 꼭 대학병원이 아니더라도, 지역 안에서 신뢰받고 꼭 필요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스마트 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투자하고 있다. 첨단 의료 시스템과 로봇 수술 장비, 무선 모니터링 기술 등은 모두 ‘작지만 강한 병원’을 위한 초석이다.
봉사와 경영, 기술과 사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행보는, 진정한 의료인이란 무엇인지, 봉사하는 의료인의 가치란 어떤 것인지를 지금도 세상에 묻고 있다.
책상 뒤에 앉아 있는 병원장이 아니라,
환자 앞에 서 있는 의사이고 싶습니다.
의료인의 자부심과 봉사자의 따뜻함이 동시에 깃든 그의 미소는 오늘도 진료실 안에서, 의료현장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중이다.
보령의료봉사상은 대한의사협회 '의협신문'과 (주)보령이 1985년에 제정한 상으로, 숨은 곳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계신 의료인 혹은 의료단체를 분기별로 1분씩 발굴, 취재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보령의료봉사상은 묵묵히 헌신하며 인술을 펼치는 대한민국 의료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수상 이력
2024년 제60회 인천시민의날 시민상 (봉사부문) 수상
약력
1987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98년 한양의대 예방의학 전문의 석·박사
2003년 국립암센터 생명공학과정 수료
2004년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 경영자과정(AMP) 수료
2006년 연세대 의료복지 경영과정 수료
2007년 서울대학병원 최고위 과정(AHP) 수료
2008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최고위 과정(AFP) 수료
2012년 중국 칭화대학 정책CEO과정 수료
의료봉사 활동
2012년 6월 인천월드인라인컵 의료지원
2013년 8월 무의도 무료진료
2013년 12월 저소득 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2014년 9월 서구지역아동센터 아동 무료검진
인천아시안게임 송도훈련장 의료지원
2014년 10월 서구 건강체험한마당 의료지원
2021년 7월 송도 포스코 생활치료센터 의료지원
2021년 12월 인천대학교 생활치료센터 의료지원
2022년 7월 미추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
나은엔젤스봉사단 운영
2023년 8월 인천 북도면 무료진료
잼버리 의료봉사 (연세대 국제캠퍼스, 그랜드하얏트인천)
2024년 8월 청라 전기차 화재사고 현장 의료지원